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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빙의 #로판 #비추

#카카페 #기무 #내용스포없음






조아라 연재 당시에 읽지 않았어서 반응이 어땠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초반의 스물여편은 재밌다. 흔히 볼 수 있는 가볍고 귀여운 분위기의 할리퀸이며 남녀 주인공의 소통 부재로 인한 오해가 주된 소재이다. 낄낄거리며 읽기에 좋아서 소장권을 결제해 읽기도 했다. 그러다 43화부터 76화까지 내용이라고는 없는 제자리걸음의 분량 늘리기가 시작되면서 모두에게 하차 위기가 온다. 적당히 건너뛰고 읽어도 다음 이야기를 읽어 나감에 어려움이 없을 정도다. 조아라 연재분이 42화까지라고 하니 유료 연재처 이동과 동시에 퀄리티가 떨어졌다는 오명을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알맹이 없이 지겹게 반복되고 진척 없는 길고 긴 오해의 늪은 76화 후반에 실마리가 풀리고 77화의 단 한마디 말로 하하호호 모두가 행복하게 웃으며 아주 터무니없고 허무하게 해소된다. 오해한 이의 제대로 된 사과도 반성도 없고, 오해받은 이의 비난이나 언쟁 그 무엇도 없이 축복의 박수를 받으며 화기애애하게 끝난다. 댓글창을 보면 절반의 독자는 좋아하며 웃고 다른 절반은 전개의 허무맹랑함과 서술의 무성의함에 분노한다. 나는 당연히 후자의 입장이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캐릭터 어느 누구의 태도도 감정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솔직히 30화쯤에 특별한 사건 없이 클리셰대로 평이하게 이어지는 내용에 하차 위기가 한번 왔었다. 하지만 카카페 런칭시에 업로드 된 분량이 85화였고, 거기까지는 작가가 퇴고를 완료한 것이 확실하므로 적어도 85화까지는 읽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길고 긴 고구마 구간을 넘기고 76화의 맥락 없음에 당황하면서도 꾸역꾸역 읽었고, 85화를 읽고 난 지금 생각해보면 조아라 연재분인 42화까지만 괜찮았다 싶다. 이해할 수 없는 내용 전개와 도저히 공감할 수 없는 모든 인물의 행태는 최대 하차 위기 구간을 넘기고도 개선되지 않고 내내 이어진다. 77화 댓글 중에 15살짜리나 재밌다며 읽을 법한 글이라 유치해서 하차하겠다는 글을 봤는데, 그 댓글에 첨언하자면 아무리 중2라도 적어도 한번은 재미없다 생각할 것 같다. 만약 당신이 로맨스 소설에서 관계나 감정의 성찰에 지독한 피곤함을 느끼고 있다거나, 추론과 복선 등의 이면 갈등 구조에 짜증을 느낀다거나, 글을 구성하는 그 어떠한 요소도 중요치 않고 플롯의 가벼움을 베이스로 하는 익숙함과 편안함을 찾고 있다면 추천하겠다.


만연체임에도 표현이 가볍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나 쓸법한 용어도 자주 사용된다. 또한 단어의 뜻을 문맥에 맞지 않게 오용하기도 하는데, 외래어의 경우 틀린 단어도 사용된다. 특별히 기억나는 것은 공작 영애가 주최하는 파티에서 영애더러 호스티스라고 여러 차례 말하는데, 엄연히 주최자는 성별에 무관하게 호스트라 사용함이 옳다. 과거에만 사용되었던 사어를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드물게 이벤트 주최자가 부부 중 남편 한 명일 경우, 예컨대 당사자가 영애가 아닌 공작부인이고 주최자가 공작이라면, 남편은 호스트고 부인 본인은 호스티스가 될 수도 있으나 이 역시 예외일 뿐 보통 부부 모두 호스트로 묶인다. 그리고 일반적인 의미의 호스티스라 함은 접대부, 좁게는 술집 접대부로 한정된다. 또 드라마퀸이란 표현을 남자에게 쓴다는 이유로 드라마킹이라 바꿔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 역시 성별에 무관하게 드라마퀸이라 사용함이 옳다. 작가의 성별과 무관하게 데뷔작을 처녀작이라 말하고 총각작이란 용어는 없는 것처럼 말이다. 설령 작가 본인이 해당 단어에 문제 의식을 갖고 있어 의도적으로 고쳐 표현했다 할지라도 커뮤니티의 잡담글도 아닌 정식 출간계약을 맺은 작품이고, 소수가 아닌 대중에 공개하는 작품에서 존재하지도 않고 사회적으로 통용되지도 않는 단어를 버젓이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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